조만간 유럽여행 떠나신다는 분이

야경이 좋았던 데가 어디냐고 물었다.


야경이라...

밤은 항상 어떤 환상적인 이미지를 슬며시 떨구어 주곤하는데

여행중의 밤을 맞이하면서 어쩔 수 없는 감상에 잠기는 때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철학자의 길에서 올드 브릿지를

건너가면서 본 야경이랑 체코 프라하에서 본 야경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하이델베르그는 도시 전체가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였고 또 칸트가 산책한

철학자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 분위기에 젖어 들었기 때문에

남다른 느낌을 받았다.


하이델베르그 성을 철학자의 길에서 건너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은은히 풍기는 지적인 여인의 수줍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화장은 아주 옅게 하고 볼이 불그스름하고 약간 고개 숙여 책을 읽는 듯한

포즈 말이다.

그리고 주위 자연환경에 무척이나 친화적이라 숲가운데 성이 주는 위압감이

하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자리에서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편안해 지는 거다.

경주에서 불상을 마주하면서 편안한 부처님 미소를 통해 무언가

전달 받는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면 너무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그럼 프라하의 야경은 어땠는지 말해 볼까?

프라하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너무 너무 유명한 도시다.

짜를 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성의 야경은 한마디로 사람을 압도하는 구석이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진 선 미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면

어떨까?

세련되고 아름답고 화려한 몸짓을 할 것만 같은 프라하성의 뛰어난 야경에

쉽게 경도되어버리고 눈을 떼기가 힘들게 된다.

하지만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면 다가가기 힘든 수가 있는 것처럼

눈부신 야경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짜를 교를 건널 용기란 내게 없었다.

그냥 경탄을 거듭하면서 어쩜 저렇게 멋있는 화장을하고 밤을 밝히고

있는 걸까 잠시 생각해 볼 뿐이다.


하에델 베르그 성의 야경이 지적이라고 해서 프라하성의 세련미와 화려함보다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같은 야경이라도 본질이 다르고 색이 다름을 그냥 온몸으로 느껴본 것 뿐이란]

말을 하고 싶다.

순전히 나의 취향이 반영된 감상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너무 깊이 생각하진 말기 바란다.


어째뜬 지금도 두 도시의 야경을 잊지 못 할 것이다.

꼭 다시 한번 더 가야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무-

Bonus Track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라하에서 찍은 사진이다.

도착했을때 마침 축제같은 걸 하고 있었는데

온 도시 곳곳에 황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평범한 황소는 아니고 각 황소마다

테마가 있어서 보는 이의 발걸음을 잡았다.


프라하 성의 야경도 좋았지만 온 도시에 흘러넘치는

예술적인 분위기가 여행객의 감성을 기분 좋게

자극했던게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쓰고 있으려니 다시 또 가고 싶다............


-나무-



2004.5

Posted by a-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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