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 ]
누가 그랬더라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고?
그런데 여행 떠나기 전부터 소매치기와 좀도둑이 많기로 평판이 엄청 안좋아 있었다.
그리고 로마에서 나폴리갔다온 다른 여행객들이 한결같이 나폴리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엄청나게 주의를 주길래 나랑 제니스는 아침부터 초긴장을 하고 떼르미니에서
나폴리 중앙역까지가는 기차를 잡아탔다.
2 등석 기차라서 불안해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주 양호했다.
그리고 같이탄 승객들은 생각보다 친절했고 다들 서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와 제니스 옆자리에는 노부부가 앉았는데 Bruno와 IVANA라고 했다.
나폴리 가기전에 Fondi-Spelonga 라는 해안에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한다.
60이 다된 노부부가 해안에 자전거를 타러가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일이다.
나는 그들의 건강한 미소와 아직도 젊어 보이는 삶에 대한 태도에 매료되었다.
저렇게 다정하게 늙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위험하다고 악명 높은 나폴리에 도착했다.
나폴리 중앙역은 듣던대로 엄청난 소음과 지저분한 거리로 중무장되어 있었다.
나와 제니스는 일정을 바꾸어 나폴리를 잠깐 건너 뛰고 쏘렌토행 국철을 잡아탔다.
나폴리는 쏘렌토에서 카프리 아말피를 보고나서 다시 오기로 했다.
기차안에는 완전 시장바닥이다.
우리처럼 나폴리가는 여행객들이 정말 많다.
케리어에 앉아 30여분을 가니 쏘렌토에 도착했다.
[ 쏘렌토의 레몬주를 맛보며...(혀끝으로 느끼는 여행의 묘미란!) ]
간이역 같은 쏘렌토 역에 내리니 영화에서나 보던 휴양지의 한가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Bar 에 들어가 고픈배를 채우고 숙소를 찾아 다녔는데 비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할아버지가 Backpacker's house 가 모여있는 거리를 알려주었다.
OSTELLO라는 숙소에 도착하니 4명이 한방을 쓰는데 일인당 20유로라고 했다.
일단 짐을 풀고 쏘렌토의 해변을 찾아나섰다.
쏘렌토 거리엔 가로수에도 레몬이 주렁주렁 메달려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가면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거와 마찬가지인것 같다.
가는길에 즐비한 기념품가게와 아기자기한 스토아들이 우리 눈길을 붙잡았다.
쏘렌토는 레몬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레몬주와 레몬초콜렛,레몬젤리등을
직접 만들어서 파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쇼핑거리를 지나 Marina Grante 해변으로 향하는데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1시간 반정도 걸었는데 겨우 바다가 가까이서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돌아오는 버스표를 사고 버스 시간을 기다리다가 좁은 골목길 사이로
Romans's Ruin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 보았다.
가는 길에 약간(?) 노숙자같은 이탈리안을 만났다.
아주 좁은 골목에 띡 나타난 서양인이라니 그리고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 아닌가.
결국 그 이탈리안이 말을 시키고 이상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나랑 제니스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면서 거의 뛰다시피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왔다.
거의 줄행랑 수준 --;;
버스까지 쫓아온 그 이탈리안이 무임승차를 한채로 우리에게 말을 시켰다.
여행하면서 이런일이 비일비재할텐데...
상대적으로 눈에 팍 띄는 동양인이니 호기심에 말을 걸어보고 싶은건 이해가
되지만 타국에선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잠깐 막간을 이용해서 무임승차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넘어갈까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대도시는 거의 대부분 버스카드를 이용하거나 잔돈으로
버스비를 지불한다. 하지만 여기 이딸리아에서는 1유로짜리 버스표를 사야하는데
개표를 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거나 아예 표조차 사지 않는 것도 은연중에 가능하다.
물론 발각되면 50유로를 벌금으로 물어야하지만..
인간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보니 정 급하면 한번쯤 무임승차를 하는것이
허락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르네상스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그 사상이 아직도 뿌리깊이
남아있는 것 같다.
길을 건널때 차들이 알아서 서거나 비껴가는 모습이 처음엔 이해가 안되었는데
앞서 말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그네들의 문화를 느끼고 이해해 보는 것이 정말 큰 소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카프리는 새 하얀집과 에메랄드 빛 바다로 반짝이고 있다.]
쏘렌토에서 20여분만에 카프리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내려서 등산열차를타고 몬테카를로 언덕에 올라가서 전망을 내려다고보
카프리 해안으로 걸어내려갔다.
역시나 해안으로 가는 길은 멀었지만 아침새소리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새하얀집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동안 감상했다.
해변에 도착하니 자갈밭이 있었고 버다에는 크루즈 유람선이 한가롭게 떠있었다.
기념으로 촬영을 하고나서 뷰를 감상하고나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버스타고
다시 내려가는 산악열차를 타러 갔다.
아침에 한산하던 카프리 쇼핑거리에 인파가 많이 있었다.
조금 부지런했던 덕분에 일찍 카프리꼭대기에 올라가본 것이다.
사실 푸른 동굴이 유명하다고 해서 마음으로는 가보고 싶었으나
일정과 비용상 포기하고 그냥 내려왔다.
그래야 여운을 남기고 다시 와 볼 테니깐.^^
물론 이태리 전반적으로 마찬가지지만 카프리엔 유난히 소형차가 많았다.
마티즈가 커보이다니 말다했지.
덩치큰 유럽사람들이 장난감같은 차를 타고 다니고 트럭도 꼭 경운기 같은 걸
몰고다니는 걸 보면서 저런것이 실용성이고 또 덜 인간을 위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에 들어가는 아말피해안으로 향하다.]
National Geographic 사진가가 추천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 50군데 중에
하나가 아말피 해안이다.
도데체 얼마나 좋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또 아말피에가서 나폴리에 바로 배타고
들어갈 생각으로 아말피행 SITA버스를 탔다.
1시간동안 버스앞에 줄서서 탄 보람이 있었다.
버스로 절벽에서 내려다본 아말피 해안은 정말 잊지 못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론 겁이 많은 나는 버스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질까봐 과도한 상상과 기우에
시달리면서 버스 손잡이를 꼭 잡고있어야했지만 말이다^^;
한국배낭여행객들이 잘 안가보는 곳 중에 하나가 아말피라 하는데
추천해주고 싶다.
아말피 해안을 따라 버스로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하고나서 아말피 해안에서 선탠이나
쇼핑을 즐기면서 망중항을 보내고 바로 쏘렌토나 나폴리로 가는 루트도 좋을것 같다.
[ 아무튼 보고 죽어야 할 나폴리에 도착하다.]
아말피에서 나폴리행 직행 배를 타고 나폴리 항에 도착했다.
세계 3대 미항의 면모를 확인하기도 전에 나와 제니스는 숙소를 찾아
헤맬일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트램을 타고 도착한 나폴리 중앙역 맥도날드에서
어제아래 같은 민박에서 묵었던 한무리의 여행객들을 만나서
나폴리의 민박집을 소개받았다.
하도 강추를 해서 믿고 들어왔는데.
정말 추천할 만했다.
일단 음식이 정말 푸짐하고 게다가 맛있고 마음까지 편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숙소도 널찍하고 깔끔했다.
옥실도 시설좋고 간단한 빨래까지 가능하니 천국이 따로없다..
한국인 민박에 대해 엄청난 실망을 격었던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역시 경험이란 중요하고 편견이란 버려야 할것.
여행다니면서 매일 한무더기의 편견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 유럽에서 나무가 전하는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