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에 서울 올라온 뒤, 삼사년가량 꾸준히 다니면서 헌책을 사 모았던 곳이 바로 용산 용사의 집 근처
< 뿌리 서점 >이다.
그때 나는 나고자란 고향을 멀리하고 서울이라는 곳에 정서적으로 적응하기 힘들어 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헌책방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알게된 뿌리서점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내외께서 날 언제나 반겨 주셨고 난 밤늦은 시간에도 마음 턱 놓고 책 고르는 재미에
빠져 들어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난로에 생강차가 끓고 있었고 나처럼 드나드는 손님들이 사다 놓은 과자와 주인 아저씨께서 항상 권하시는 자판기 커피한잔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난 거기 가면 거의 항상 내 튼튼한 두 팔이 견딜 수 있을 만큼 보다 조금 더 책을 사서 낑낑대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책 저 책, 자기를 좀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 치는데 달랑 한두권 사올 용기가 없었던 탓도 있었다.
언젠가는 거의 스무권이 넘게 책을 사는 바람에 보다 못해 아저씨께서 자전거 뒷자리에 책들을 동여매고
지하철까지 데려다 주신 일이 있었다.
깜깜한 겨울 밤, 그날의 배웅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은 사정없이 흐르고 난 용산과 먼 곳에서 프로젝트를 여러개 하면서 점점 바빠지고 뿌리서점에 들리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늦가을에 결혼을 했는데, 뿌리서점 주인 아저씨꼐서 내 결혼식에 하객으로 와 주신 것 이다.
난 결혼식 당일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저씨께서 오신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 친정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알게 되고는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었다.
내가 지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최근에 득남까지 한 사실을 알리러 한번 가야겠다.
지하철 용산역을 지날때마다 그 시절 헌책방에서의 향수로 마음이 따스해지는 선물이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 나무, 추억에 잠겨 -